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0-2부는 8월 10일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한항공이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은 징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1심 손해배상금 1,500만원에 300만원 더 추가한1,800만원을 선고했다. 징계절차 없이 개인 사유로 사직하는 처리는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대한항공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는 2017년 사건이 발생하고 지금까지 힘겹게 거대 기업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사건을 회사에 신고하였으나 회사는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가해자를 사직 처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이는 피해자가 사건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한다는 것을 이용해 가해자의 사직이 최선의 처리절차인 것처럼 유도하였다.
직장 내 성희롱 처리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피해를 명확히 하고 피해자의 잘못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2차 피해자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이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사후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 징계를 극도로 거부한 것처럼 둔갑시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사내 ‘성희롱 실태 조사’ 조정안을 제안한 피해자에게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감히 건의할 사항이 아니라며 거절하였으며, 피해자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근무지 동료들에게 사실확인서를 받는 등 다양한 형태로 2차 피해를 노출시켜 업무 복귀를 어렵게 하였다. ‘가해자가 퇴사했으니 됐지 않냐?’는 태도는 직원 수만 2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의 일처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일하기 그지없다.
지금 현재도 대한항공은 힘없는 직원 한 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피해자를 압박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용인하는 것과 같아서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고통이 반복되게 하고 있다.
비단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을 징계 절차 없이 사직으로 처리하는 사업주는 피해자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가 감당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더 이상 힘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으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성희롱이 발생한 조직문화를 점검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점검하고 개선시켜나갈 때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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